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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둘레길/문화유산

후손들이 기증한 조선시대 한글편지

by @산들바람 2026. 2. 2.

한글편지 기증유물 특별전

글자료/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B

 

시대가변하면서 통신수단의 발달로, 유일한 소통창구였던 손 편지 써본지도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조상님들이 서신을 주고받았던 손 편지를 고이 간직했던 후손들이 박물관에 기증한 분들 덕에, 손편지의 귀함을 느껴보는 특별한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손편지-썸네일
한글편지

 

조선시대에는 편지가 마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습니다. 한문으로 쓴 서신과는 다르게 한글편지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널리 사용했고, 구어적 표현을 쉽게 쓸 수 있었기에 그들의 일상과 감정을 생생히 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편지-특별전
기증유물 한글 손편지 특별전
전시를-열며-소개
한글편지 프롤로그

편지를 쓰다
Writing Letters

 

조선 시대의 편지는 "간찰"이라 불리며 안부와 소식, 용무를 전하는 소중한 문서였습니다. 편지 중 한글로 쓴 편지는 "언문간찰(諺文簡札)", :언문편지(諺文片紙/便紙)", "언서(諺書)", 간찰(諺札)", "내간(內簡)"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편지에는 부부, 부모와 자식, 시부모와 며느리, 사돈과 형제자매 등 다양한 관계 속의 따뜻한 사연들이 담겨 있습니다. 타지에 있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편지, 먼 곳에 계신 시부모의 건강을 살피는 며느리의 편지나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전하는 편지들은 모두 한 가정의 일상 속에서 오가던 문안(問安)의 기록으로, 혼례로 새로운 가족 관계가 맺어지고, 제사를 통해 가족과 소통하던 모습을 함께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운마음의-편지

서울 해주 오 씨 가문의 어머니가 지방에 부임한 아들에게 보낸 편지

 

편지와-지도
동국지도
동국지도

東國地圖

18세기 전반, 이찬기증

 

동국지도는 한글 지명이 함께 표기되어 있는 우리나라 전도로, 민간에서 제작된 지도로 한글로 지명이 표기되어 있어 사용자의 폭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말도의 경계를 붉은색으로 표시하고, 고을 이름과 함께 일부 고을의 전산과, 지도의 여백에는 각 도별로 고을 수의 지방관의 수, 역, 보 의 수 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오준영 모친 한글편지

吳俊泳母親諺文簡札

1876년, 박한설 기증

오준영 모친 한글편지

1876년 윤 5월 4일에 서울 정동에서 모친이 아들인 순천부사 오준영에게 쓴 한글 편지입니다.

 

편지내용

지난달 편지를 받고서 한염(旱炎), 극심한 더위가 극심한 때에 무탈함을 기뻐하는 한편, 기우제(祈雨祭)와 여러 공무로 바쁜 일과 극심한 더위 속에서 먼 길 상경할 일에 대해 염려하며, 자신은 지난달 제사 때 정동으로 왔으나, 며칠 뒤에 홍현으로 다시 갈 것이라고 전한 내용입니다.

 

안부를 여쭙다.
Inquiring After Well-Being

 

편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인사로 시작했습니다. 이는 모든 행실의 근원이라 여겨진 '효'의 실천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집안 어른께 문안을 드리듯, 멀리 있는 아랫사람은 웃어른께 편지를 보내 예를 다했으며, 사대부가의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한글을 읽고 적는 법을 배우며 문안 편지를 쓰는 법을 익혔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예절을 넘어, 가족 간의 정을 이어 주는 중요한 소통의 방법이었습니다.

 

편지-글-서식-서적
문안편지의 격식
지은이미상-언행록
유한당사씨언행록

幽閒堂謝氏言行錄

1933년, 지은이 미상

 

한글 필사본으로 유한당 사 씨라는 허구의 인물의 생애를 통해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강조되던 '부덕(婦德) 여성이 지녀야 한다고 여겨진 "덕목"과 올바른 행동을 내용으로 삼은 규훈소설(小說)로, 유한당은 1577년 태어났다고 전해지며 학문이 높고 도리나 예의범절에 빈틈이 없으며, 시부모를 정성껏 공양하고 남편을 잘 내조하며, 자식을 훌륭하게 교육하고 장수했다는 유한당의 생애를 통해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이상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편지판독문
한글 안부편지

현대어로 번역

안부 여쭙습니다. 새해에 기후 안녕하신 안부 알기를 바랍니다. 작은 어머님께서는 제절이 못지 않으 신지, 사모하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두 분 부모님의 근력과 범절이 못지않은 시니, 제 마음도 다행으로 여깁니다. 아뢰는 말을 살펴보실 일이 송구하여 이만 줄입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종자부의-새해인사
계사년 종자부 한글편지

癸巳年從子婦諺文簡札. 조선후기, 박한설 기증

 

계사년 1월 초4일에 종자부가 종숙부[조근아바님]에게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하여 한글로 쓴 편지로, 새해를 맞아 종숙부(조근아바님}와 종숙모 조근어마님)의 안부를 여쭌 뒤에 시댁부모의 무탈한 안부도 전하하고 있습니다

 

판독문-02
건강과 평안 안부편지

현대어로 번역

안부 여쭙습니다. 새해에 기후 안녕하신 안부 알기를 바랍니다. 작은 어머님께서는 제절이 못지않으신지, 사모하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두 분 부모님의 근력과 범절이 못지않으시니, 제 마음도 다행으로 여깁니다. 아뢰는 말을 살펴보실 일이 송구하여 이만 줄입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문안편지-쓰는-격식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보내는 문안편지는 격식이 있습니다.

 

집안을 돌보다.
Managing the Household

 

조선 시대 여성은 혼인과 함께 한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어른이 됐습니다. 그들의 편지에는 아내로서의 정성, 며느리로서의 공경, 어머니로 서의 사랑이 담겨 있으며, 식생활부터 혼례 상례 제례의 진행, 소작과 노비의 일까지 세심히 챙기며, 편지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 거나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이 한글편지들은 집안 전체를 돌보던 여성들의 역할과 세심한 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6촌-관계

재종형제 관계도

 

다식만드는-기구
다식판

茶食板

조선시대, 신상정 기증

 

다식의 모양을 찍어낼 때 사용하는 틀로, 직사각형 나무판에 다양한 문양을 새겨 만들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집집마다 상시 갖추어 두는 살림 도구였으며, 제례 혼례 회갑연 등의 행사가 있을 때면 다식이나 약과를 만들 때 사용했고, 대를 이어 물려 보관하며 활용했습니다.

 

조선시대-엽전함과-엽전
돈궤

엽전상자(금고)와 엽전(돈)

20세기, 김영준 기증

 

필가와-붓

필가, 붓, 벼루집

 

음식-메뉴얼
쥬방문 조과법

酒方文造果法

조선후기

 

술, 정과(과일이나 뿌리식물을 설탕 등에 졸여서 만든 과자)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한글로 기록한 책으로,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음식 준비와 조리는 꼭 필요했습니다.

 

편지쓰는법

조선시대 편지와 봉투 쓰는 법

 

인연을 맺다.
Forming Bonds

 

사돈 간의 편지는 새로운 가족 관계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혼인은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가문과 가문을 잇는 사회적 약속이었기에, 사돈 간의 서신은 예와 신뢰를 다지는 통로였습니다. 편지에는 혼례의 준비 과정, 물품 전달, 사위와 며느리의 안부, 친인척의 소식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어 가족 간 유대와 존중의 문화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판독문-03
혼레안부편지

현대어로 번역

 

받은 날짜가 빨리 돌아와 우리 딸아이의 길례(吉禮)를 그만큼 순탄하게 지냈습니다. 만금(萬金)에도 비할 수 없는 우리 서랑(壻郞)의 화려한 옥안(玉顏)과 현풍(玄風)을 어제 눈으로 보니, 준수하고 석대(碩大)하여 이곳에서 평소에 북두(北斗)처럼 날마다 바라던 소망(所望)에 넘친 듯했습니다.

 

혼례-혼수품-목록
혼수물품 목록

諺文物目

19세기~20세기 초반, 이경희 기증

 

시아버지가 막 결혼한 며느리에게 편지와 함께 보내 준 물건들의 목록을 한글로 적어 놓은 물목으로, 시부가 혼인식에서 며느리의 얼굴을 처음 본 뒤로 잊히지 않아 그리워하던 차에 사돈의 긴 편지와 며느리의 친필 편지를 받고서 반가운 마음에 답장과 함께 각종 물품들을 보낸다는 내용입니다. 물품은 저고리, 적삼, 치마, 바지, 단의, 고의, 내의, 면사, 옥양목, 광목, 장롱, 경대, 화장목, 금반지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각 물품의 색상과 옷감 종류 및 수량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개화세상이라
Extending into the Enlightenment Period

 

임오군란(1882)과 동학농민운동(1894)을 지나 개화기까지, 격변의 시대 에도 샤람들은 제사와 차례를 챙기며 일상을 이어 갔습니다. 당시 편지 속에는 가족의 안부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소식과 시대의 변화에 대한 생각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 낸 사람들의 생활상과 진솔한 목소리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격변의 시대에도 편지는 전해졌습니다.

 

한글편지는 안부, 축하, 위로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실용적인 역할도 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의 양과 값을 구체적으로 적은 물목物目, 물건의 목록이나 치부, 금전이나 물건 따위가 들어오고 나감을 기록한 장부 또는 필요한 물건이나 돈 등을 편지와 함께 동봉하여 전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의 물가와 생활 물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18세기 상공업의 발달과 함께 부를 축적한 중인과 상민 사이에서도 한글편지가 널리 퍼졌습니다. 편지 쓰는 법을 익히기 어려웠던 이들은 한글 간찰 서식집인『언간독』을 참고해 편지를 썼고, 한글 편지는 점점 대중적인 소통의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기며 지내다
With a Welcome

 

조선 시대에는 과거 일정과 합격 소식, 관직 임명이나 근무지 이동 등 벼슬에 올라 이름을 알리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 편지의 중요한 주제였고, 이러한 편지는 언제나 기다림과 설렘의 대상이었습니다. 바라던 소식이나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어 컸습니다.

 

집안의 여성을 배려하여 한문편지 한쪽에 한글로 사연을 써서 전하거나. 별도로 쓴 한글편지를 동봉함으로써 두루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편지는 가족과 친지에게 자부심이자 희망이었으며, 그러한 소식을 기다리던 마음은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요한-입신양명-소식

입신양명 편지

 

나리댁에-보낸-편지
경인년 도화 한글편지

庚寅年諺文簡札

조선후기, 박한설 기증

 

경인년 4월 초2일에 재동의 "도화"가 오설서 나으리댁에 올린 한글 편지로. 봉투의 "오셜셔나리 돼 입납/진동최근동셔신"이라는 문구를 통해 재동에 사는 이가 오설서 나으리댁에 올린 편지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도화가 오설서 나으리의 편지를 받고서 나으리 집안의 무탈한 소식을 알았다며 기뻐하였고, 내려오실 때까지 종종 문안 편지를 올리겠다고 하는 내용으로, 설서(說書)는 세자시강원에서 경사(經史)와 도의를 가르치던 정품의 관직입니다.

 

함께 보내다. Sent Together

 

편지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요청했고, 물품을 보내는 사람은 편지에 물품의 목록이나 전달 사항을 구체적으로 써서 받는 사람이 물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답장을 보내 물품을 잘 받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글편지 중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올리는 한글 '고목'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배자 패지(牌子, 폐지牌旨)"가 있습니다. 상하 계층 간의 소통을 보여 주는 편지입니다.

 

계층간-소통의편지

상하 계층 간 소통의 편지

 

부친-안부편지
김사성 간찰

金思性 簡

1881년, 정해동 기증

 

1881년 윤 7월 3일에 김사성이 아버지께 올린 안부 답장이다. 엿기름 등을 인편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글줄 사이에 한글로 작게 적혀 있습니다. 엿기름이거나 혹은 보리를 개어 만든 가루를 요청하였으며, 엿기름은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게 한 다음에 말린 것으로 식혜나 엿을 만드는데 쓰입니다.

 

누구나 쉽게 쓰다.
Easily Written by Anyone

 

조선 후기에는 한글편지의 형식과 규칙을 담은 책인 "언간독"이 등장했습니다. 한문편지 형식을 "간독"이라 칭했기에 언문인 한글편지 형식은 "언간독"이라 불렸습니다. 이후 더욱 보완돼 "증보언간독" 또는 "징보언간독"이라는 이름으로 증보 간행되기도 했습니다. "언간독" 덕분에 누구나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간편하게 한글편지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고, 한글편지는 더욱더 사회 전반으로 대중화됐습니다.

 

조선후기-편지

조선후기의 한글편지

 

한글편지의-서식을-모아놓은-책
언간독

諺簡牘

조선후기

 

한글 편지의 서식을 모아 놓은 책으로, 받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쓸 수 있는 편지 예가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삼촌과 조카, 형과 아우, 사외와 장인, 신부댁 사돈과 신랑댁 사돈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형식과 함께 계절과 상황에 따른 용어, 편지봉투를 쓰는 방식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며, 이 책으로 당시 조선 사람들은 한글 편지를 쓰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었고, 이는 한글 편지의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간독을-증보하여-간행한-책
증보언간독

增補諺簡牘

조선후기

 

조선 후기 한글 편지의 서식을 모은 책으로, 언간독을 증보하여 간행했습니다.

 

편지를 보존하다.
Preserving Letters

 

서울역사박물관은 1996년 개관 준비 단계부터 2024년까지 총 754명의 시민이 약 7만 3,000건의 유물을 기증해 주셨으며, 이는 박물관 전체 소장 유물의 약 56%를 차지합니다. 진성 이 씨 종가, 광주 이 씨 종가, 박한설 기증자, 정해동 기증자 등 많은 분께서 귀중한 자료를 박물관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이 유물들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을 생생히 보여 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박물관은 그 가치를 오래도록 보존하는 동시에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체통
연하장

근하신년

엽서

근하신년

정성을-담은-편지
마음을 담은 손 편지

 

옛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쓴 글씨에는 사랑과 그리움, 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편지는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글이 아니라 마음을 잇는 다리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던 옛사람들의 정서를 온전히 느껴보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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