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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둘레길/문화유산

시립북서울미술관 쉿 작품전시

by @산들바람 2023. 8. 11.

Keep Calm and Give a Shit 전시

SeMA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2023.08.10일

 

쉿! Keep Calm and Give a Shit 전시는 김훈규, 순이지, 윙핑, 탈라 마디나의 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전시로, 참여작가들은 만화 캐릭터와 우화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홍콩의 정치적 문제, 코로나 팬데믹과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날카로운 유머감각으로 다양한 장면을 그려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쉿!-전시-포스터
쉿! Keep Calm and Give a Shit 전시

『쉿!』은 귀여움과 친숙함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훈규, 순이지, 웡핑, 탈라 마다니(Tala Madani)의 회화와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네 작가의 공통점은 귀여운 캐릭터와 만화적 요소 및 기법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아 작품에 몰입시킨다는 점과 상상력이 가미된 우화적 이미지나 풍자적인 언어유희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1F 프로젝트 겔러리

 

탈라-마디나-관객들
작품 관객들

탈라 마다니(Tala Madani) 2018

단채널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16분 8초 영상

작가, 필라 코리아스 제공

 

"관객들"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한 남성이 5인조 불량배들에 의해 폭행당합니다. "관객들"에서 강조된 부분은 남성이 폭행당하는 잔혹한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뒷모습으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듯 폭력의 현장을 무심히 감상하는 작품 속 관객들의 모습은 전시를 보는 우리들로 하여금 이 질문을 되뇌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탈라-마다니-모서리-프로잭션
작품: 모서리 프로잭션 달리는 군중

 

탈라 마다니(Tala Madani) 2019

린넨에 유채, 두폭화

각 패널: 182.9×365.8×3.2cm

작가; 필라 코리아스 제공

 

전시장 모서리에 두폭화가 마주 보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는 빛이 투사되는 영사기 또는 프로젝션이 크게 그려져 있고 빛이 향하는 왼쪽 그림에는 군중들이 빠르게 뛰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탈라 마다니는 이 두폭화를 통해 프로젝션으로 대변되는 영상 문화가 과거 지식의 전형이었던 인쇄 문화의 자리를 차지하고 권력과 영향력의 원천이 되었음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전시실-1층
1F 프로젝트 갤러리
작품: 똥 엄마 애니메이션1

탈라 마다니(Tala Madani) 2021

단채널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7분 49초 영상

작가: 필라 코리아스 제공

 

"똥 엄마 애니메이션 1"은 똥 엄마 주제를 7분가량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똥 엄마는 대저택의 내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고급스러운 실내의 바닥이나 가구에 똥이 묻습니다. 인테리어 잡지의 사진 이미지를 배경으로 삼아 공간은 3차원적으로 보이지만, 여성은 신체의 앞뒤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얇은 2차원의 이미지로 그려졌습니다.

 

이러한 인물과 배경 사이의 시각적 간극은 인물이 공간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똥 엄마의 신체의 일부가 화려하고 정돈된 실내에 거침없이 묻을 때, 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억압되었던 욕구를 표출할 때, 비로소 이 여성이 공간을 점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똥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억압해 왔던 욕망이나 부정적 감정을 홀로 있는 집 안에서 거침없이 표출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읽힐 수도 있고, 엄마 혹은 모성에 대한 편협한 시선 때문에 외롭게 고립되어 가는 엄마로서의 여성의 모습으로도 읽힐 수 있는 작품입니다.

 

탈라-마다니-작품-무제
작품: 무제

 

탈라 마다니(Tala Madani) 2021

린넨에 유채,

40×58.4×2.5cm

작가; 필라 코리아스 제공

 

"똥 엄마"는 일련의 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연작입니다. 탈라 마다니는 아들과 딸을 가진 두 아이의 엄마로,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8개월 만에 복귀한 2019년부터 기존 도상 전통을 전복한 똥 엄마를 그렸습니다. 오랜만에 작업을 재개한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서양 전통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성모자상을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식상한 주제를 그렸다고 여겨, 작가는 어머니 이미지를 지우기 시작했고, 지우다 보니 어머니 형상이 마치 똥과 같이 보였습니다. 탈라 마다니의 회화 "무제"에서 똥 색으로 그려진 여성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엄마와 사뭇 다른 모습으로 탁자 위에 맥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점성이 있고 흘러내리는 갈색 물질이 강조된 형상은 성별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와해되어 있습니다. 관습적인 성모자 도상을 변형한 탈라 마다니의 고유의 표현 방식은 기존 사회에서 요구해 온 이상적인 엄마의 역할이나 엄마에 대한 과도한 억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는 작품입니다.

 

탈라-마다니-작품-칠판
작품: 칠판(수직적 제스처)

탈라 마다니(Tala Madani)

152.4×304.8cm×3.2cm

작가; 필라 코리아스 제공4.8×3.2cm

 

틸라 마다니는 "칠판" 시리즈에서 교육 시스템의 권위를 다룹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그림을 가르칠 때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모양을 가르쳐 줍니다. 학생들은 그 모양이 나중에 전체 이미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깨닫지 못한 채 선생님의 지시를 따릅니다. 마다니는 교실 칠판에 제복을 입은 남자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해 그림으로써 아이들이 학교 교육에 의해 통제되고 양성되는 방식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웡핑작품-우화-1
작품: 우화 1

웡핑(Wong Ping) 2018

단채널 애니메이션

13분 영상

작가. 키앙 말링그 제공

 

웡핑은 우화 1에서 동시대 디스토피아의 풍경을 기록하고, 이러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생존 전략에 대해 논평합니다. 세 편의 짧은 우화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동식물들은 모두 관계에서 실패하고 사회적 억압에 직면하며 온라인과 현실 세계가 구분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우화 1의 코끼리는 빠르게 변하는 미의 기준을 쫓아가기 바쁘고,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닭은 좋아요 수에 집착하다가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나무는 도덕적 딜레마를 겪다가 내면의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기 합리화를 하며 도망칩니다. 이들은 디스토피아의 환경에서 스스로를 위한 자유와 해방의 공간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궁극적으로 실패합니다.

 

웡핑작품-우울한-코
작품:우울한 코

웡핑(Wong Ping) 2015

단채널, 애니메이션, 사운드,

4분 23초 영성

작가. 키앙 말링그 제공

 

"우울한 코"는 홍콩 청년 세대의 불안과 상실감을 반영하며 디스토피아의 예후를 제시합니다. 침울하고 내성적인 주인공은 사회적 관계를 포기하고 자신의 코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코는 멀리 떠나갑니다. 대안으로 시작한 관계로 인해, 주인공은 이전보다 훨씬 더 고립되고 자기혐오에 빠지게 됩니다.

 

"우울한 코"를 비롯한 웡핑의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들은 진정 어린 연결과 친밀감을 욕구하지만, 실제 세계와 온라인에서 이러한 욕구 충족의 불가능성을 경험하는 분열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웡핑작품-도와드릴까요
작품: 도와드릴까요

웡핑(Wong Ping) 2018

단채널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12분 영상

작가. 키앙 말링그 제공

 

웡핑은 일상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교한 허구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합니다. 하루는 홍콩의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한 노인이 검은색의 큰 가방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호기심에 다가가 가방을 확인해 보니 그 속에는 포르노 테이프가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도와드릴까요?〉는 디지털 경제로의 빠른 전환이 가져오는 세대 간 긴장과 주변화되는 노년기에 주목합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다음에 무엇이 올 지에만 집착하고, 무엇이 혹은 누가 뒤떨어져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의 아이러니를 폭로합니다. 이제는 쓸모없게 된 기술들, 혹은 지금 사용하고 있지만 몇 년 안에 사용할 수 없게 될 기술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동시에 우리 문명의 기초를 이루는 사랑, 두려움, 슬픔, 욕망, 노화, 죽음, 삶, 탄생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요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의 황당하고도 기이한 이야기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 냅니다.

 

1F 전시는 여기까지이고 2F으로 올라갑니다.

 

2F-전시실
2F 프로젝트 갤러리
김훈규작품-목숨-건-결혼식과-쥐들의-왕
작품: 목숨 건 결혼식과 쥐들의 왕

김훈규 2021

비단에 채색

141×101cm

개인 소장

 

이 작품은 우리나라 미풍양속 관혼상제 중 결혼을 주제로 합니다. 인류는 거대한 사회 변혁과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사랑과 결혼이라는 일상을 끊임없이 지속해 왔습니다. 세계의 종말이 온 것처럼 무섭고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이라는 일상 속 소중한 가치에 주목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김훈규작품-습지행-급행열차
작품: 습지행 급행열차

김훈규 2022

비단에 채색

118×85cm

개인 소장

 

"습지행 급행열차"는 제작 당시 파리의 정치사회적 이슈와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또 김훈규의 구도에 대한 실험이 드러납니다. 이 작품에서는 유리패널을 사용하지 않고, 구도를 달리하여 다양한 관점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김훈규작품-축축한-소-등-뛰어넘기
작품: 축축한 소 등 뛰어넘기

 

김훈규 2022

비단에 채색

100×130cm

개인 소장

 

이 작품은 우리나라 미풍양속 "관혼상제" 중 "관례"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에티오피아 하메르족의 남자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위해서 여러 마리의 소 등을 뛰어넘어야 하는 의례를 치릅니다. 이 성인식은 소년들의 용기를 시험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김훈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절망적인 일들이 많았지만, 고난을 발판 삼아 성장의 계기로 삼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김훈규작품-일관적-상태의-신빙성
작품; 일관적 상태의 신빙성

김훈규 2021

비단에 채색

120×90cm

개인 소장

 

이 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관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를 보여줍니다. 찬란했던 과거 회상, 현재의 투쟁, 다가올 미래가 하나의 화폭에 중첩돼 있습니다. 작가는 과거의 현상이 회귀하고 굳건히 유지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역사의 순환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잔상을 통해 시간성을 표현한 실험적인 형식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순이지작품-슈가-캔디-마운틴-#7
작품: 슈가 캔디 마운틴 #7

순이지 2022

종이에 수채

91×116.8cm

개인 소장

 

"슈가 캔디 마운틴 #7 은 전쟁과 죽음의 관한 부조리와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서로에게 총을 겨눠 죽고 죽이는 상황 가운데, 반전운동을 하는 히피와 비틀스의 존 레넌 은 표적이 되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는 사냥당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은 "NO WAR" 모양의 연기를 가증스럽게 남기며 날아갑니다. 화면 하단에는 ;군인장교와 그의 친족이 자신의 업적을 기록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붉은 아스팔트 위에 부상을 입거나 죽어 있는 참전 군인의 모습과 대비됩니다.

 

전쟁은 죽음에 대한 고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저승의 신의 이름을 딴 하데스 서점에서는 실제 죽음과 관련된 책을 팔고 있습니다. 길 가던 행인은 서점 유리창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에서 해골을 보게 됩니다. 옥상 위에서 비틀스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망한 두 사람은 흑백으로 그려져 있고, 나머지 두 멤버는 카메라 얼굴 인식기능으로 인식돼 살아있음이 증명됩니다. 일부 멤버의 사망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여전히 그들의 음악을 듣고 좋아한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 사이의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합니다.

 

순이지의 작품에는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밈(meme)이 산재해 있습니다. 드래곤볼의 야무치는 허무하고, 비참한 자세로 죽어서 역설적으로 웃음을 유발한 캐릭터인데, 죽은 스타를 관광하는 차량에 탄 사람들이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야무치 위쪽에는 어린아이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한 아이가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라고 답한 것이 화제가 되어 떠돌아다니고 있는 인터넷 밈을 모방한 것입니다.

 

순이지가 밍을 차용하는 방식은 심오하거나 금기시되는 주제를 소재로 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와 같습니다.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사진과 1,2차 세계대전의 프로파간다 문구 등 패러디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순이지는 달콤한 듯하지만, 사실은 디스토피아로 가득 채워진 풍경의 왼쪽 상단에 웹 지도 아이콘을, 하단에 팝업 광고를 그렸습니다. 3차원 풍경을 2차원의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서, 우리가 대체로 PC나 모바일 화면을 거쳐 세상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합니다. 팝업 광고는 실제 전쟁 게임 광고를 패러디한 것으로, 전쟁과 그 이미지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작품입니다.

 

순이지작품-슈가-캔디-마운틴-#6
작품: 슈가 캔디 마운틴 #6

순이지 2022

종이에 수채

91×116.8cm

개인 소장

 

"슈가 캔디 마운틴 #6" 작품은 가난, 인종차별, 환경파괴, AI 디스토피아, 쾌락 중독등 광범위한 사회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환경은 파괴되었고, 만화영화에서 화려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현실에서 생계형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동양인이 주인공인 영화〈뮬란〉의 포스터 위에 차별과 혐오의 표현이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것을 기념하듯 앞에서 셀카를 찍는 백인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파시즘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어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를 떠오르게 합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그를 위해 싸우는 부하 병사, 스톰트루퍼로 치환해 흑과 백을 반전한 패러디도 보입니다. 그 앞에는 백인 강도들이 오픈카를 타고 버젓이 돌아다니는 반면, 백인 경찰관 무리가 장난감 자동차를 탄 흑인 어린아이를 과도하게 검문하는 장면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이러한 빈부격차 이념 갈등,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사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세태 속에 심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노숙자 돕기 캠페인 광고를 SNS에 올려서 자신의 시민의식을 과시하고자 하지만, 발치에 잠들어 있는 실제 노숙자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으로 대변됩니다. 차별, 무관심, 환각, 현실도피, 게으름 등 이 모든 혼돈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면, 현대인의 이기심과 근시안적인 사고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순이지는 SF 영화에서 묘사되어 왔던 디스토피아 소재들의 일부를 현실화하여 현대인의 일상과 근접한 실재로서 다가오게 합니다. 공중에는 드론이 보호받아야 할 생명체인 아기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는 귀가 잘린 길고양이가 배회하는 와중에 동물권을 주장하는 로봇개는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구글 맵의 아이콘을 차용하여 작품의 전체 의미를 강조합니다. HOME을 검색하면 도착지로 묘비가 찍히는 설정은 결국 죽음이야말로 안락함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현대인들의 회의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김훈규작품-다소-불안한-요가-동호회
작품: 다소 불안한 요가 동호회

김훈규 2023

비단에 채색 

175×115cm

하이 아트 제공

 

"다소 불안한 요가동호회"는 인간 지식과 역사의 보고인 런던 자연사박물관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상반되는 속성을 상하 대칭 구조로 보여줍니다. 정면에서 보면 거대한 고래 뼈 아래에서 자연과 물아일체 되어 요가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제각기 조용히 명상하고 편히 쉬는 모습에서 여유와 품위가 느껴집니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명물이자, 영국의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의 동상이 등장합니다. 다윈은 인류 지성사에 변곡점을 가져온 인물로, 최고의 지성인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화면을 뒤집어 보면 고래 뼈가 위치하던 자리에 당장이라도 상대편을 격추시킬 것 같은 제트기와 군함이 위협적으로 등장합니다. 여유롭게 고래 뼈 아래서 요가를 하던 이들의 모습은 폭력과 야만의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모습으로 반전됩니다. 김훈규는 위아래 시점을 달리하면 상황이 반전되는 구성을 통해 결국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온 것은 인간의 지성이기도 하고 야만성이기도 함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기존 작품에서 평면의 유리 패널을 통해 공간을 분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다소 불안한 요가동호회〉에서는 더욱 자잘한 유리 파편의 형태를 통해 화면 전체를 세분화된 시공간으로 표현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정보기술과 매체를 통해 손쉽게 지식을 획득하고, 하나의 사안에 대해 보다 다각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현대의 담론 역시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회도 더욱 개방적이 되길 바랐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경계가 많아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 화면 안에 자잘하게 쪼개어진 시점을 세밀하게 담아내면서 유연하고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갖길 독려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앞서 언급한 다윈 동상 아래 계단 장면입니다. 작가는 사회주의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 일명 오데사의 계단으로 불리는 유명한 장면을 마주 합니다. 러시아군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오데사 지역의 시민들을 학살하고, 유모차를 끌던 엄마가 총에 맞으면서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는 계단 아래로 굴러가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공포에 질려 계단을 뛰어내려오거나, 울부짖으며 피 흘리고 쓰러져 가는 이들 사이로, 아기가 탄 유모차는 춤추듯 빠르게 굴러 내려갑니다. 이 장면은 비극적인 상황을 미학적으로 완성도 있고 매력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널리 회자됩니다. 이처럼 오데사의 계단은 무거운 주제를 귀여운 캐릭터와 우화적 기법으로 묘사하는 김훈규 작가의 고유한 작업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훈규작품-육상-위에-점심-식사
작품: 육상 위의 점심 식사

김훈규 2022

비단에 채색 

175×115cm

게인 소장

 

"옥상 위의 점심 식사" 작품은 이분화된 세계의 갈등구조를 우화적으로 보여줍니다. 정면에서 볼 때 옷을 입고 문명화된 모습의 옥상 위 육지 동물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인 해양생물을 착취하거나 살해합니다. 그러나 화면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른 옥상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도 육지 동물과 별다를 바 없는 약육강식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소위 말하는 문명과 진화에 대해 재고하게 합니다.

 

그림에서 철골 구조물 위에 우뚝 서있는 파란 물고기를 찾아보세요. 다른 많은 동물들과 다르게 물고기의 몸통에 쥐의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화의 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은 물고기가 물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지느러미를 팔다리로 바꾸고, 아가미를 폐로 전환한 것을 진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좀 더 위로 올라와서 총살 장면을 보세요. 육지 동물이 총에 맞고 물 위로 쓰러지는 순간 여러 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되어 물로 회귀합니다.

 

육지의 세계에서 물의 세계를 바라보았을 때는 물의 사회가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물의 세계에서 바라본다면 육지야말로 자연에 대한 인식이 후퇴한 미개하고 부도덕과 부정의로 가득 찬 사회일 것입니다. 작가는 특정 신념과 체제가 옳고 그른지 따지려고 하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질문합니다.

 

김훈규작품-원형-감옥의-등대지기
작품: 원형 감옥의 등대지기

김훈규 2020

비단에 채색 

102×136cm

하이아트 제공

 

중앙의 감시탑과 그것을 둘러싼 원형 감옥은 일방적 감시체제인 파놉티콘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감시탑 중앙에서 세찬 빛을 뿜어내고 있는 등대는 모든 것을 밝게 비춰 감시탑뿐만 아니라 감옥에서도 감시탑 내부를 볼 수 있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냅니다.

 

원형 감옥은 지붕 쪽부터 산산조각 나고 있습니다. 강압적인 중앙의 감시탑은 철거되고 보다 효율적으로 서로를 감시하는 네트워크 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순이지작품-A4-드로잉-시리즈
작품: A4 드로잉 시리즈

순이지 2017-2022

종이에 수채

29.7×21cm

 

순이지의 A4 도로잉 시리즈는 만평과 같은 형식으로 인간의 이기성이나 삶의 부정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조소를 머금은 얇은 종이 위의 그림들은 『슈가 캔디 마운틴』 시리즈의 초석을 이룹니다.

 

 

순이지작품-슈가-캔디-마운틴-#8
작품: 슈가 캔디 마운틴 #8

『슈가 캔디 마운틴』 연작의 여덟 번째 신작으로, 6개의 그림이 가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기술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동시대적인 고찰이 순이지만의 표현 방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슈가 캔디 마운틴 #8』은 두 부류의 사람을 더욱 강하게 대비시킵니다. 현상(status quo)에 아무 문제없다는 듯 폭력을 일삼는 인간과 그런 현실에 절망해서 스스로를 은폐하거나 무기력에 빠진 인간입니다. 이 중 사회를 변혁하거나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이 작품에는 경찰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나같이 부패하거나 멍청하거나 무관심한 모습입니다. 옆에서 자살을 하든 말든, 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든 말든, 경찰은 무심하게 샌드위치를 먹거나 누워서 넷플릭스를 봅니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힘없는 소시민만 열심히 체포합니다. 순이지는 또한 성적으로 타락한 성직자, 부패한 정치인을 신문의 만평과 같이 상징적이고 직관적으로 그립니다. 거짓말을 해서 코가 길어진 정치인이 쓰레기통 연설대에 서서 시민들을 위해라고 외치지만, 정작 눈앞에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보지 않습니다. 공인으로서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키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풍자하는 지점에서 말장난과 언어유희가 더욱 두드려집니다.

 

이전에도 순이지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이라는 주제가 이번 신작에서는 문화산업의 현실에 집중됩니다. 흑인노예무역을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도상에〈블랙팬서〉를 결합하고, 이들의 지휘자는 캡틴 아메리카”입니다. 그는 백인들만의 리그로 널리 알려진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가 흰색에서 흑색이 되었고, 다스베이더가 흰색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유색인종 캐릭터나 인물을 영화와 같은 매체로 만들 때 백인으로 바꾸는 화이트 워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별점이 암시하듯 최근에는 정치적 올바름 을 내세우기 위해 할리우드의 많은 매체가 맥락과 상관없이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논란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이들을 중재하고 있습니다.

 

순이지는 사람들의 정신에 비해 빠르게 발전하고 재편되는 기술사회를 디스토피아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AI에 관한 절망적인 묘사가 이러한 관점을 표현합니다. AI는 총을 들고 있고,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경고(WARNING) 사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로봇개는 교미를 하고 도우미 로봇은 인간에게 자살하라고 말을 거는 등, 로봇 답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져 AI가 가져올 악영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옥상 벽면의 헤이 시리, 메리 미(Hey Siri, Marry Me...) 낙서, 불이 붙은 장난감 전기차 등이 동시대 상용화된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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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등나무 근린공원 북서울 미술관

 

SeMA북서울 미술관을 찾아 북서울미술관 10주년 기념전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과 함께 지난 6월부터~ 10월 25일까지 전시하는 김훈규, 순이지, 웡핑, 탈라 마다니의 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쉿! Keep Calm and Give a Shit을 관람해 보있습니다.

글자료/SeMA 북서울 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2023.08.08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전『 SeMA 앤솔러지: 열개의 주문』 지난 08/03일부터 열리고

balgil.tistory.com

▲쉿! (Keep Calm and Give a Shit) 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에서는 미술관 관람객의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 및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음성(국문, 영문)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전시 도슨팅 앱을 다운로드하여 SeMA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및 분관의 기획전시, 상설전시, 야외조각전시 및 소장품에 대한 도슨트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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